• 화. 12월 16th, 2025

사발렌카, 2년 연속 WTA ‘올해의 선수’ 등극… 키리오스와의 빅매치 주목

By강혜림 (Kang Hye-rim)

12월 16, 2025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를 평정한 세계 랭킹 1위 아리나 사발렌카가 2년 연속 ‘올해의 선수’ 영예를 안았다. WTA는 지난 월요일, 사발렌카가 올 시즌 내내 랭킹 최상단을 지키며 보여준 압도적인 성과를 인정해 이같이 선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2025년은 그야말로 사발렌카의 해였다. 그녀는 US 오픈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호주 오픈과 롤랑가로스에서 준우승을 차지하고 윔블던 4강에 오르는 등 메이저 대회에서 꾸준히 강세를 보였다.

벨라루스 출신의 그녀는 이번 시즌 총 4개의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63승을 기록하며 다승 부문에서도 투어를 리드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상금 규모다. 사발렌카는 단일 시즌 상금으로만 1,500만 8,519달러(약 210억 원)를 벌어들이며 WTA 역사상 최고액 기록을 갈아치웠다. 명실상부한 현존 최고의 여자 테니스 스타임을 증명한 셈이다.

키리오스와의 성대결, 단순한 쇼인가 새로운 시도인가

이처럼 최고의 시즌을 보낸 사발렌카지만, 그녀의 다음 행보를 두고 테니스계가 술렁이고 있다. 오는 12월 28일 두바이에서 예정된 ‘악동’ 닉 키리오스와의 이벤트 매치 때문이다. 이른바 ‘성대결(Battle of the Sexes)’로 불리는 이번 시합을 앞두고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쏟아지고 있다. 팬들은 현존 최강의 여자 선수가 남자 선수와 맞붙는다는 사실 자체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이벤트가 “여자 테니스의 권위와 위상을 훼손할 수 있다”며 강력히 반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에바 리스 “완벽한 흥행 카드, 결과는 지켜봐야”

독일의 기대주 에바 리스는 이번 매치업을 두고 “거대한 홍보 스턴트(publicity stunt)”라고 규정하면서도 복합적인 심경을 드러냈다. 리스는 독일 매체 스포르트1과의 인터뷰에서 “솔직히 엇갈린 감정이 들지만, 전반적으로 사발렌카가 여자 테니스를 위해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녀는 늘 한계를 넘어서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또한 리스는 이번 대결이 테니스에 쏠리는 관심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임을 인정했다. 그녀는 “이런 종류의 이벤트를 성사시킬 수 있는 조합은 사발렌카와 키리오스뿐이다. 둘은 완벽한 매치”라고 언급하며, 테니스가 때로는 너무 진지하게만 다뤄지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스포츠처럼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요소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그녀는 “이 경기가 테니스계에 득이 될지 독이 될지는 경기가 끝난 뒤의 반응을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섣부른 판단을 유보했다.

아니시모바·벤치치 등 부문별 수상자 확정

한편, WTA는 사발렌카 외에도 2025 시즌을 빛낸 각 부문 수상자를 확정 지었다. ‘올해의 선수’ 후보에도 올랐던 아만다 아니시모바는 ‘기량 발전상(Most Improved Player)’을 수상했다. 아니시모바는 도하와 베이징에서 생애 첫 WTA 1000 시리즈 우승을 차지하고, 윔블던과 US 오픈 결승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하며 세계 랭킹 4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엄마가 되어 코트로 돌아온 전 올림픽 챔피언 벨린다 벤치치는 ‘올해의 컴백 선수상’을 거머쥐었다. 지난 2024년 4월 출산 후 복귀한 벤치치는 아부다비 오픈에서 세계 랭킹 5위 엘레나 리바키나를 꺾고 우승하는 등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했다. 신인상은 캐나다의 19세 유망주 빅토리아 음보코에게 돌아갔다. 그녀는 고국인 몬트리올에서 열린 대회에서 생애 첫 WTA 1000 타이틀을 따내며 세계 랭킹 18위까지 수직 상승했다. 복식 부문에서는 호주 오픈 우승과 US 오픈 준우승을 합작한 카테리나 시니아코바와 테일러 타운센드 조가 ‘올해의 복식팀’으로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