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도 유통기한이 있을까? 20대 A씨는 약 1년간 교제한 연인의 연락이 점점 귀찮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전화를 피하고 싶고, 만남도 미루고 싶어졌다. 그는 이런 감정이 단순한 권태기인지, 아니면 연인에 대한 마음이 식은 것인지 혼란스러웠다. 주변 친구들에게 고민을 털어놓았지만, 누구도 명확한 답을 주지 못했다. 과연 이 사랑은 끝난 걸까?
권태기는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연인 사이의 권태기는 특별한 일이 없어도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심리적 변화다. 연애 초반에는 손끝만 스쳐도 두근거리는 감정을 느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감정은 점차 무뎌진다. 선릉숲정신건강의학과의 한승민 원장은 “연애 중 권태기는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사랑의 감정을 자극하는 도파민 분비가 시간이 지나면 감소하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변심은 상대에 대한 애정이 반감되어 싫어진 상태를 의미한다. 두 감정은 비슷해 보이지만 원인과 본질이 다르다.
현재 상황이 연애에 영향을 미친다면 권태기
권태기인지 변심인지 구분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현재 내 삶의 상태가 연애 감정에 영향을 주는가’를 생각해보면 된다. 예를 들어, 직장 생활이 너무 바빠져 여유가 없고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에서 연인의 연락조차 부담스럽게 느껴진다면 이는 권태기일 가능성이 높다.
단국대학교 심리치료학과 임명호 교수는 “부정적인 외부 요인으로 인해 연인이 귀찮게 느껴지는 것은 권태기”라며 “특별한 상황 없이 상대가 싫어지거나 다른 사람에게 마음이 가는 경우는 변심”이라고 설명했다.
상대방의 말투와 태도에서 감정 변화 읽기
상대방이 나에게 권태기를 느끼는지, 아니면 진심으로 마음이 변했는지 구분하는 단서도 있다. 바로 말투와 행동의 변화다. 데이트 중 지루해하는 정도라면 권태기일 수 있지만, 말투가 날카로워지고 태도가 무뚝뚝해졌다면 변심일 가능성이 높다.
한 원장은 “사람의 직감은 상대방의 말투나 태도 변화에서 감정을 감지할 수 있다”며 “예전엔 다정하던 말투가 공격적으로 바뀌거나, 자상하던 행동이 무관심해진다면 그것은 마음이 돌아선 신호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친밀감과 헌신으로 권태기 극복하기
권태기를 극복하는 방법 중 하나는, ‘사랑은 영원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인식을 갖는 것이다. 이별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 상대방을 더 소중히 여기고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백조가 물 위에 떠 있기 위해 끊임없이 발을 움직이듯, 사랑도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사랑을 열정적인 감정만으로 정의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미국의 심리학자 로버트 스턴버그는 사랑을 세 가지 요소, 즉 열정, 친밀감, 헌신으로 구분했다. 열정이 식었다고 해서 사랑이 끝난 것이 아니라, 친밀감과 헌신을 통해 충분히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임 교수는 “열정적인 감정이 줄어들었다면, 친밀감과 헌신을 높여 관계를 다시 안정시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함께하는 즐거움, 취미 공유도 효과적
공통의 취미를 함께 즐기는 것도 권태기 극복에 큰 도움이 된다. 함께 운동하거나 게임, 드라마 시청 등 즐거운 활동을 공유하면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이 형성되어 관계가 더욱 돈독해진다. 단, 이 취미는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닌, 둘 모두가 즐길 수 있어야 효과가 있다.
변심도 되돌릴 수 있을까?
변심은 권태기보다 극복이 어렵지만,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임 교수는 “마음이 떠난 상태에서도 대화를 많이 나누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다면 다시 감정을 되돌릴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사랑의 감정은 끊임없이 변한다. 때로는 권태기를 맞이하고, 때로는 마음이 흔들릴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함께 극복해 나가느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