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가에서 다시 불거진 인공지능(AI) 관련주의 ‘거품 논란’이 뉴욕증시를 끌어내린 데 이어, 그 충격파가 아시아 금융시장까지 고스란히 덮쳤다. 투자자들이 기술주 중심의 포트폴리오에서 이탈하며 차익 실현에 나선 영향으로, 한국의 코스피는 아시아 주요 증시 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진 하락세를 보이며 이틀 연속 약세장을 주도했다.
기술주 투매 심리 확산, 나스닥 2%대 급락
지난 20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장중 내내 무겁게 가라앉은 분위기였다. AI 산업의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 기술주 위주의 투매 현상이 나타났고, 이는 주요 지수의 동반 급락으로 이어졌다. 이날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386.51포인트(0.84%) 하락한 45,752.26에 거래를 마쳤으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역시 1.56% 떨어진 6,538.76을 기록했다.
특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낙폭이 컸다. 전장보다 486.18포인트(2.15%)나 주저앉으며 22,078.05로 마감했다. 오라클과 브로드컴 등 대표적인 AI 관련주들이 각각 5%, 2% 넘게 미끄러졌고,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등 ‘AI 트레이드’에서 발을 빼려는 투자 심리가 뚜렷하게 감지됐다.
아시아 증시 동반 약세, 한국 증시 낙폭 두드러져
이러한 뉴욕발 기술주 쇼크는 시차를 두고 화요일 아시아 시장 전반을 강타했다. 투자자들이 미국 시장의 기술주 매도 흐름을 추종하면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주요 지수들은 일제히 파란불을 켰다.
그중에서도 한국 증시의 부진이 가장 뼈아팠다. 코스피는 전일 대비 1.7% 넘게 하락하며 4,000선 초반에서 위태로운 흐름을 보였고, 아시아 역내에서 이틀 연속 하락률 상위권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중소형주 중심의 코스닥 시장은 상황이 더 심각해 2.12%나 폭락하며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음을 방증했다.
고려아연 급락 대 바이오 호재, 종목별 희비 교차
지수 하락과 더불어 개별 기업들의 굵직한 이슈들도 시장을 흔들었다. 특히 고려아연은 미국 정부 및 전략적 투자자가 주도하는 합작투자사에 19억 달러 규모의 지분을 매각하기로 합의했다는 로이터 통신의 보도 이후 주가가 장중 한때 11.24%까지 곤두박질쳤다.
반면, 침울한 시장 분위기 속에서도 바이오 섹터에서는 낭보가 전해졌다. 국내 의료 치료제 기업인 아델(ADEL)은 전날 늦게 프랑스 제약 거인 사노피와 최대 10억 4천만 달러 규모의 신약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하며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주요국 경기 지표도 둔화 조짐
일본과 중화권 증시 역시 약세를 면치 못했다. 일본 닛케이 225 지수는 기초 소재 및 부동산 관련주의 부진 속에 1.27% 하락했고, 토픽스 지수 또한 1.32% 떨어졌다. 여기에 경기 지표 부진까지 겹쳤다. 12월 일본의 복합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는 51.5를 기록, 전월의 52에 비해 확장세가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 항셍지수는 기초 소재와 에너지 종목이 지수를 짓누르며 1.47% 하락했고, 중국 본토의 CSI 300 지수도 0.92% 내렸다. 호주의 S&P/ASX 200 지수는 장 초반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0.29% 하락 마감했다. 호주 역시 S&P 글로벌이 발표한 12월 복합 PMI가 전월 52.6에서 51.1로 떨어지며 기업 활동의 확장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지고 있음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