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 12월 15th, 2025

도쿄대 연구진, 우주 팽창의 수수께끼와 ‘제2의 지구’ 기원에 대한 새로운 단서 제시

By강혜림 (Kang Hye-rim)

12월 15, 2025

우주는 지금 이 순간에도 팽창하고 있지만, 그 속도를 둘러싼 미스터리는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학계에서는 이를 측정하는 두 가지 주요 방식이 서로 다른 결과를 내놓는 이른바 ‘허블 텐션(Hubble Tension)’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도쿄대학교 연구진이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독립적인 측정 방식을 통해 이 불일치가 단순한 측정 오류가 아닌 실제 물리적 현상일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었습니다. 이와 더불어 또 다른 연구팀은 우리 태양계 밖에도 지구와 유사한 암석 행성이 생각보다 훨씬 흔하게 존재할 수 있다는 흥미로운 시뮬레이션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도쿄대 연구진이 밝혀낸 우주의 거시적 팽창 비밀과 미시적 행성 형성의 기원을 종합적으로 살펴봅니다.

중력 렌즈가 비춘 우주 팽창의 진실

지난 수십 년간 천문학자들은 ‘거리 사다리(Distance Ladder)’라 불리는 방식을 이용해 우주의 팽창 속도, 즉 허블 상수를 측정해 왔습니다. 초신성과 같은 거리 표지판을 기준으로 지구에서 330만 광년 멀어질 때마다 초당 73km씩 더 빠르게 멀어진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문제는 우주 배경 복사(빅뱅의 잔광)를 분석하는 또 다른 방식을 적용했을 때 발생합니다. 이 방법으로는 팽창 속도가 초당 67km로 산출되기 때문입니다. 73과 67이라는 이 숫자의 간극은 우리가 아직 이해하지 못한 새로운 물리학이 존재할 수 있음을 시사하기에 매우 중요합니다.

도쿄대학교 초기 우주 연구 센터의 케네스 웡(Kenneth Wong)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이 논쟁을 해결하기 위해 ‘시간 지연 우주론(Time Delay Cosmography)’이라는 제3의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이는 전통적인 거리 사다리 방식을 완전히 우회하여 중력 렌즈 효과를 활용하는 기법입니다. 거대한 은하가 배후에 있는 퀘이사(Quasar)의 빛을 휘게 만들 때, 지구에서는 퀘이사가 여러 개의 상으로 나뉘어 보이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각각의 퀘이사 이미지는 지구에 도달하기까지 서로 다른 경로를 거치며, 이에 따라 도달 시간에도 미세한 차이가 생깁니다. 연구팀은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 등 최첨단 장비의 데이터를 활용해 8개의 중력 렌즈 시스템을 분석했습니다. 퀘이사의 밝기 변화가 각 이미지에 나타나는 시간차를 정밀하게 측정하고, 렌즈 역할을 하는 은하의 질량 분포를 계산해 허블 상수를 도출해 낸 것입니다. 분석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초기 우주 관측값인 67이 아니라, 우리 주변 우주를 관측한 73에 가까운 수치가 나온 것입니다. 이는 기존 측정 방식의 오류 가능성을 배제하고, 허블 텐션이 실존하는 물리적 현상임을 강력하게 뒷받침합니다.

현재 이 측정의 오차 범위는 약 4.5% 수준입니다. 연구진은 향후 더 많은 중력 렌즈 시스템을 분석하고 은하 내 질량 분포 모델을 정교화하여 오차를 1~2%대까지 줄일 계획입니다. 만약 이 불일치가 최종적으로 확정된다면, 우리는 우주의 진화 과정을 설명하는 이론 자체를 수정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초신성 폭발이 잉태한 암석 행성의 가능성

우주 팽창의 비밀이 풀리고 있는 사이, 사와다 료(Ryo Sawada) 박사가 이끄는 또 다른 연구팀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를 통해 생명체가 거주 가능한 행성이 우리 은하에 흔할 수 있다는 ‘침수(Immersion) 메커니즘’을 발표했습니다. 지구와 같은 암석 행성은 초기 태양계 역사에서 ‘알루미늄-26’과 같은 단수명 방사성 핵종(SLRs)의 붕괴열에 의해 수분이 건조되는 과정을 겪으며 탄생합니다. 기존 모델에서는 근처 초신성이 이 방사성 물질을 공급했다고 보았지만, 치명적인 모순이 있었습니다. 초신성이 충분한 물질을 공급할 만큼 가까우면, 그 폭발력으로 인해 행성이 형성되던 원반 자체가 날아가 버리기 때문입니다.

연구팀은 이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초신성이 태양계 형성 원반으로부터 약 3.2광년 떨어진, 비교적 안전한 거리에서 폭발하는 시나리오를 모델링했습니다. 이 거리라면 폭발 충격파가 원반을 파괴하지 않으면서도 필요한 물질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핵심은 초신성 폭발로 가속된 양성자 등 우주선(Cosmic Rays)이 원반을 ‘목욕시키듯’ 감싸는 과정에 있습니다.

새로운 모델에 따르면 방사성 물질은 두 가지 경로로 유입됩니다. 철-60과 같은 물질은 초신성에서 먼지 형태로 직접 원반에 주입되고, 알루미늄-26은 강력한 우주선이 원반 내의 안정적인 물질과 충돌하며 핵반응을 일으켜 생성됩니다. 시뮬레이션 결과, 이 모델은 실제 운석에서 발견되는 방사성 물질의 양과 정확히 일치했습니다.

우리는 우주에서 혼자인가

이번 연구 결과가 시사하는 바는 단순히 태양계의 기원을 밝히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알루미늄-26은 행성의 물 보유량을 조절하는 핵심 요소인데, 연구진은 태양과 유사한 별의 10%에서 50%가 우리 태양계와 비슷한 수준의 방사성 물질 환경을 가졌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이는 우주 전역에 물이 적절히 건조된, 즉 육지가 존재하는 지구형 암석 행성이 기존 생각보다 훨씬 보편적으로 존재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도쿄대 연구진의 두 가지 성과는 거시적인 우주의 팽창 속도부터 미시적인 행성 형성의 조건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우주의 모습을 새롭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허블 텐션이 새로운 물리학의 문을 열고, 침수 메커니즘이 외계 생명체 탐사의 범위를 넓혀준다면, 인류는 머지않아 우주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게 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