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 11월 10th, 2024

리튬 가격의 끝없는 추락… 전기차 가격 하락 기대감 상승

By강혜림 (Kang Hye-rim)

10월 23, 2024

리튬 가격의 급락이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때 ‘하얀 석유’로 불리며 주목받았던 리튬의 가격은 고점 대비 85% 이상 하락했지만, 여전히 바닥을 찾지 못했다는 분석이 이어진다. 앞으로 몇 년간 리튬 공급 과잉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저렴한 리튬 가격은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4~5년간 리튬 공급 과잉 예상

올해 봄 잠시 반등 조짐을 보였던 리튬 가격이 다시 하락세를 타고 있다. 22일 기준 상하이선물거래소에서 탄산리튬의 가격은 톤당 8만 5500위안(약 1만 1731달러)으로, 이는 2021년 3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2022년 11월 최고가였던 59만 7500위안(약 8만 2000달러)과 비교하면 7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리튬 가격이 생산원가에 가까워지면서 리튬 생산업체들은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 중국의 주요 광산기업인 간펑리튬과 톈치리튬은 올해 상반기에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고, 미국의 앨버말과 칠레의 SQM도 실적 부진이 예상되며 주가가 각각 56%, 46% 급락했다.

리튬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로, 2021년과 2022년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격이 10배 이상 상승했다. 그러나 광산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지난해부터 공급이 수요를 초과했다. 호주, 칠레, 중국 등 3대 리튬 생산국뿐 아니라 남미의 아르헨티나, 아프리카의 짐바브웨, 나이지리아 등지에서도 새로운 리튬 광산이 가동되기 시작하면서 공급량이 급증했다.

전기차 수요 둔화로 리튬 수요 감소

그러나 리튬 수요는 예상만큼 빠르게 증가하지 않고 있다. 이는 전기차 시장이 일시적인 수요 둔화에 빠진 결과로, 완성차 제조사들이 전기차 확대 계획을 늦추면서 배터리 제조사들의 리튬 주문량도 급감했다. 또한, 미국과 유럽연합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대폭 인상하면서 리튬 수요가 더욱 위축됐다.

컨설팅 회사인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BMI)는 2025년 리튬 공급이 올해보다 3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수요 증가율인 23%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공급과 수요가 다시 균형을 찾는 시점은 2029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앞으로 4~5년간 리튬 공급 과잉 상태가 지속될 것임을 의미한다.

배터리 가격 하락, 전기차 가격에도 영향

리튬 가격의 하락은 배터리 제조업체에는 좋지 않은 소식이지만, 전기차 소비자에게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리튬 가격 하락은 배터리 가격 인하로 이어지며, 전기차 가격이 더욱 저렴해질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의 최근 배터리팩 가격은 킬로와트시(kWh)당 75달러로, 2023년 초 151달러에서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가격이 같아질 기준점인 kWh당 100달러를 훨씬 밑도는 수치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에서 판매된 전기차 중 3분의 2는 동급 내연기관 차량보다 저렴했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예상된다.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배터리팩 가격이 2023년 킬로와트시당 151달러에서 2025년에는 91달러로 40%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추세라면 내년에는 보조금 없이도 전기차가 내연기관차와 가격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리튬 산업의 새로운 기술 도입

리튬 가격 하락으로 인해 기존 리튬 생산업체들은 비용을 줄이며 버텨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그러나 여전히 활발한 투자가 이루어지는 분야도 있다. 바로 ‘직접 리튬 추출(DLE)’ 기술이다.

직접 리튬 추출은 기존의 자연 증발 방식을 사용하지 않고 짧은 시간 내에 소금물에서 리튬을 추출하는 기술이다. 기존 방식으로는 최대 18개월이 소요되지만, 직접 추출 기술을 사용하면 1~2일 만에 리튬을 얻을 수 있다.

이 기술은 리튬 생산의 ‘게임 체인저’로 불리며 최근 주목받고 있다. 미국의 정유 기업 엑손모빌은 2027년부터 미국 아칸소에서 직접 리튬 추출 방식을 통해 리튬을 대량 생산하기 위한 투자를 진행 중이다. 또한, 미국의 석유회사 옥시덴털 페트롤리엄도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에 상업용 리튬 생산 시설을 건설할 계획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