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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개입과 비핵화의 난제

글 / 전 경북대 교수, 문경문인협회 부회장
문경시민뉴스 기자 / jo-soyu@hanmail.net입력 : 2018년 07월 24일
ⓒ 문경시민뉴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반도에 진달래가 만발한 화려한 봄날이 올 것 같았다. 전 세계를 흥분하게 했고, 세계의 이목을 의심케 할 정도의 대역사적인 사건이었다. 그런데 당초 기대와는 달리 비핵화는 더디게 또는 소극적으로 진행되어가는 것 같다. 특히 김정은의 언행은 그간에 있었던 남북 및 북미 간의 정상회담 때와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이러한 경향은 싱가포르 정상회담 후 김정은이 몇 차례 중국 시진핑을 만나고 온 뒤부터여서 그 배경이 의심스럽다. 중국은 또 다시 북한을 자기들의 국제정치에 이용한다는 느낌이 든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미중 무역전쟁은 중국에게 북한개입의 명분까지 주는 것 같다. 미국이 중국에게 무역으로 불이익을 주면 중국은 북한문제를 이용하여 미국의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식이다.

남북미 상호간 신뢰가 쌓이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하지만,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불신을 쌓아가는 것 같다. 더욱이 트럼프가 새 대북 접근법을 구체적인 로드맵으로 충분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고, 게다가 비핵화를 위한 북한의 초기 행동이 늦다는 느낌인데, 이제는 북한이 협상 당사국을 맹비난까지 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핵으로 협박하는 북한을 협상테이블로 나오게 하기 위하여 아직도 대북 경제제재를 가하는 중에 있다.

이런 와중에 공교롭게도 작년과 올해 북한산 석탄을 실은 중국 선박이 인천과 울산에 수차례 다녀간 사실이 확인되었다. 한 외교소식통에 의하면 "북한산 석탄을 실은 선박을 사실상 방치하고, 남북협력사업을 구실로 대북제재 면제를 주장하는 우리 정부도 미국의 제재 비협조 대상국의 지적에 자유롭지 못하다"고 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제재가 이행되지 않는다면 성공적 비핵화의 가망성은 그만큼 낮아진다고 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의 발언은 좀 더 구체적이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친구들 중 일부가 법을 우회하겠다고 하는 점”이라고 했다. 의례적 용어인 ‘일부 국가’ 대신 ‘우리 친구 중 일부’라고 표현한 점은 중·러 뿐만 아니라 한국까지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탓에 "한·미 공조에 이견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이 같은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강경화 외무장관은 대북제재의 예외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것은 자신이 마이크 폼페오 미국무장관과 안보리이사국 비공개 브리핑 중에 일시적 대북제재 면제의 필요성을 언급한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이러한 정부의 제재완화 방향은 "대북제재에 구멍이 생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러시아와 중국이 "대북제재를 완화할 필요성이 있다"며 완화에 동조하는 듯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유엔대북결의에서는 북한노동자에게 신규노동허가서 발급이 금지되어 있다. 그런데 최근 러시아 푸틴대통령은 러시아 내 북한노동자 노동허가시간을 내년 12월까지 연장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보리 결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제재 풀기에 나선 모양새이다.

반면에 미국과 유럽은 확고하게 제재 완화 이전에 비핵화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북한에 대한 비핵화 없는 제재 완화 정책은 과거 오랫동안 실패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비핵화 문제를 다시 원점으로 회귀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가시적인 비핵화가 되기 전까지는 제재의 수위를 결코 낮추어서는 안 된다.

최근 러시아와 중국이 비핵화 문제를 자기들의 국익을 위해 이용하는 조짐이 있고 여기에 가세하여 한국 정부까지도 자기 정치적 실리를 위해 이용하려 한다면 북한의 비핵화 문제는 요원해질 수 있다.

이에 야당은 "국제사회가 공조하여 북한 제재에 동참하고 있는 마당에 한국 정부가 북한을 몰래 도와주었다는 것은 기무사의 계엄혐의 문건보다도 훨씬 위중한 문제"라며 맹공격에 나섰다.

한편 북한은 며칠전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을 통해 문 대통령이 북미정상이 공동성명의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국제사회로부터 엄중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 한 것에 대해 "쓸데없는 훈시질이다, 운전석이 아니라 조수석에도 안지 못했다"고 하며 문 대통령의 발언을 맹힐난했다.

자신들이 약속한 비핵화는 전혀 이행하지 않으면서 남측에 이런 삿대질까지 하니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정부가 북한과 대화 테이블에 앉은 건 비핵화를 위해서다. 그런데 본질인 비핵화는 실종되고 이제는 한국이 북·미 양쪽으로부터 비난받는 처지에 서 있다. 과도한 대북 저자세가 부른 결과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이제라도 북한산 석탄 반입 경위를 철저히 조사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비핵화 실천 없이는 대북 제재 완화나 해제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북한에 분명히 인식시켜야 한다. 자칫하면 북한 눈치를 보다 원하는 비핵화는 아예 하지도 못하고 한·미 동맹관계만 훼손하는 악수를 두어서는 안 된다.

평화를 구걸해서는 안 된다. 구걸해서 얻어낸 평화는 진정한 평화도 아니고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 저자세를 선의로 받아주면 좋겠지만 이를 이용하는 자들이라면 우리는 과감하게 접근 방법을 바꾸어야 한다. 한반도의 비핵화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명제다. 그간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북한을 비핵화의 길로 이끌기 위한 강력한 수단은 제재라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북한이 가시적인 비핵화 조치를 취하기 전에는 결코 제재를 풀어선 안 된다.

이제는 기대를 낮추어 당초 시도한 완전한 비핵화가 아니라, 중요 부분의 비핵화라도 순차적으로 추진되었으면 좋겠다. 북한의 비핵화는 미중 간의 무역전쟁과 패권전쟁이 격화될수록 꼬여갈 수 있다. 냉전체제가 종식되었다고는 하지만, 신냉전체제를 불러오는 암초들이 곳곳에 놓여 있다. 중국은 뗏놈 근성을 언제 버릴까? 국제정치는 정말 복잡하고 미묘하다. 한반도의 봄은 요원한가?
문경시민뉴스 기자 / jo-soyu@hanmail.net입력 : 2018년 07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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